텅 빈 이곳에서 난 또다시 두 눈을 질끈 감았어
그대로 멀기를 바라
깊이 볼수록 불행했고 그저 비참했어
나 이제 더는 보기 싫어졌어
한없이 차갑고 잔인한 고요 속 두 귀를 닫았어
그때 시절과 같았어
난 여전히도 이리 외롭고 하나 변한 게 없어
이제 다 그만하고 싶어졌어
다짜고짜 애먼 사람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퍼부어대며 가능한 한 피하고 살던 싸움판을
이젠 내가 직접 만들어 나는 정신병자가 됐고
쓰레기만도 못한 삶을 살아 그래 부디 오늘 밤만은
결단이 필요할듯해 그 뭐가 됐던 말야
그 순간 느꼈어 분명 어제도 있었지 이런 상황이
나 지금 며칠째 아니 몇 주째 아니 몇 달째 씨발 몇 년째
이 상황만을 반복하고 살았구나 머리는 더욱더 멍해져
이쯤 되니 과연 내가 살아는 있는 건가 싶다 혹시나
죽었음에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하는 거 아닌가 든다 의심만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것조차도 믿질 못하겠어
방황이 너무나 깊다
그저 눈 뜨면 취하고 자고 다시금 눈 뜨면 취하고 또 취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하루만을 반복하고
나 이래저래 깔끔히 가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이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사람 같지도 않어
요 근래 잠잠하던 눈물이 흐르는데 웃음이 났어
다 망가진 내 자신이 어이없고 허탈해서
간만에 웃은 뒤엔 이미 지난 달력을 봤어
난 굳이 날짜 하나하나 보면서 아파했어
미련한 짓임을 알면서도 계속해 뒤돌아보게 돼
뺨을 미친 듯 때려도 정신 차릴 수가 없어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내야 한단 사실만으로 내겐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영원히 흐르지 못할 거라면 영원히 얼어버려줘
떨어지지 않도록 절대 부서지지 않도록
비극은 그리 멀지 않아
잘못되면 그땐 나도 몰라
영원히 얼지도 못할 거라면 차라리 떨어져버려
내가 허무하지 않도록 더는 공허하지 않도록
숨이 막히고 난 겁이 나
어쩌면 저 평온할 끝보다
인정할 수밖에 없어 난 이미 다 실패한 인간이야
아무런 시작도 없이 실패를 거듭하는 한심한 인간
나 이제야 깨달아 남 얘기로만 알았던
그저 죽지 못해 사는 불쌍한 인간들 중 하나가 나였단 걸
절망이 참 무서운 거더라 깊어지는 건 한순간이고
정신 놓치면 끝내 그 속에서 살게 되더라
우정 그래 뭐 말은 좋더라 허나 사람은 변해버리고
결국 내 손으로 놓아버린 채로 떠나게 되더라
사랑 역시 부질없더라 영원할 거란 건 느껴지지도
않고 등 뒤엔 매번 이별만이 바짝 쫓더라
죽어서도 나를 사랑해 줄 가족은 늘 걸림돌처럼
느껴지곤 했어 이제 너무 힘이 들어 나
그냥 엄마고 뭐고 버리고 죽으려 했었지만 차마
그것만은 못하겠더라고 이제 가족이라곤 오직 하나 남은
나마저도 그리 가버린다면 엄만 정말 혼자니까
또 죽기 직전 내 심정을 직접 느끼고 날 찾아올 걸 아니까
씨발 그놈의 지겨운 돈은 꽉 움켜쥐려고만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려 모래알 같았고
이런 내게 성공은 그저 희망 고문 같았어
욕심은 끝이 없어 숨이 막힘을 잘 알아도
숨이 넘어가 죽어도 좋을 만큼 더욱더 큰
쾌락만을 좇는 내 모습은 너무 역겨웠어
더 이상 행복은 내겐 없을 거라 스스로 선을 그었고
미랜 마주할 자신도 없이 두려웠어
영원히 흐르지 못할 거라면 영원히 얼어버려줘
떨어지지 않도록 절대 부서지지 않도록
비극은 그리 멀지 않아
잘못되면 그땐 나도 몰라
영원히 얼지도 못할 거라면 차라리 떨어져버려
내가 허무하지 않도록 더는 공허하지 않도록
숨이 막히고 난 겁이 나
어쩌면 저 평온할 끝보다
너무 많이 보여 고갤 숙여도 보여 눈 감아도 보여
헛것도 보일지언정 결코 행복한 모습의 난 안 보였어 그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다
나만의 바람일 뿐였고 그저 사라질 막연한 꿈였어
행복은 바람 바랄수록 나만 계속해 불행해져갈 뿐였어
절대로 내 입속 담지도 않았던 말들이 입버릇이 됐을 때쯤
그간 가슴에다 묻어 방치했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지
아무리 비워내도 가득해 허무했고 그리 가득한데도 난 공허했어
오늘따라 왜 이리 혼자란 게 슬프지 나 차라리
저 텅 빈 나무토막처럼 살 수만 있담 백 번이고 그러고 싶어
그럼 더는 없겠지 상처 따위 받을 일도 눈물 흘릴 일도
그제서야 저들 틈에 섞여 흘러갈 수가 있겠지 얼어붙은 내 시간이고 내 삶이고
그 순간부터는 더는 행복하지 않아도 돼 그게 내겐 행복인 거야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건 우습게도 너지
그마저도 내 손으로 매몰차게 널 밀어냈었지
더 이상 새살조차 돋지 않는 상처 사이 끝없이
파고드는 상처는 버겁고 언제나 끝은 뻔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