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 우리의 만남을 위해서
몇 일전부터 난 종일 옷장을 뒤졌어
혹시라도 그 전에 이 옷들을 입으면
너를 만날 때
뭔가 나 혼자서 초라해질까봐
신경 써서 옷들을 먼저 골라 냈어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은 팩을 하고
잠을 자던 모든 설레임을
나의 잠에 꾹 눌러 담아
꺼내 보이는 날이
아마 너를 마주해서
가벼운 인사 잘 지냈냐는 말에 넌
또 피식 대답대신
웃음을 지어 보이겠지
딱히 상관 없어 그냥
몰라도 니 마음 속에
내가 헤엄치는 게
아니고 뛰어다니는 거면 족해
지금 이 시간 자체가
내게 만은 너무나 벅찬 상태
계속 심장은 요동치고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나대
나대지마 심장아 이런 적이 없던
지나온 나를 탓해 야 일단 진정하고
너의 집에 다 와 가고 있어
너는 서두르지 말아봐
그냥 내가 '나와'라고 톡을 보내면
느지막하게 나와봐
우리 오랜만에 만나면 제일 먼저
뭐가 하고 싶었어 생각했던 거
없어도 돼 나와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해 이제 나와
그냥저냥 지냈다는 뻔했던 대화도
너랑 나누면은 원했던 대화야
끼니 떼우려고 맨날 먹었던 버거도
너랑 먹다보면 이건
거의 SUPER FOOD
집에서는 빈둥빈둥 시간이 아까워도
너랑 커피 한 잔 하는
두 세 시간 녹아버려
너가 몇 시간
후에 떠나는 게 아까워서
또 뭐를 할까 바로
다음 계획을 세우는 거야
그러니까 넌 오늘 나랑 있기만 해
아무것도 안 해도
이 시간이 싫진 않네
하루가 24시인 게 밉기만 해
근데 진짜 아까부터
너 왜 웃기만 해
어찌 됐든 난
너의 그런 웃음이 좋거든
긍정의 뜻으로 알고
있어 좋단 거지 뭐든
그냥 계속 그렇게
해도 돼 이제 그냥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보이는 건 어때
너의 집에 다 와 가고 있어
너는 서두르지 말아봐
그냥 내가 '나와'라고 톡을 보내면
느지막하게 나와봐
우리 오랜만에 만나면 제일 먼저
뭐가 하고 싶었어 생각했던 거
없어도 돼 나와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해 이제 나와
너의 집에 다 와 가고 있어
너는 서두르지 말아봐
그냥 내가 '나와'라고 톡을 보내면
느지막하게 나와봐
우리 오랜만에 만나면 제일 먼저
뭐가 하고 싶었어 생각했던 거
없어도 돼 나와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해 이제 나와